교육학의 개인적 목표와 사회적 목표 그리고 삶의 양식
근본적으로 교육학은 단일 인간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전체 사회를 위한 것인지에 대한 물음이 있다. 이는 물론 최종적으로 봤을 때 교육으로 인해 성취되기를 바라는 부분은 인간 한 명 한 명의 변화이다. 이 세상 어떤 것도 변화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교육 행위가 이루어졌다는 아무런 증거들이 없으며 실제로도 교육이 행해지지 않은 셈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교육의 궁극적이자 기본적인 목표를 개인에 관한 것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그 개인의 의미, 즉 개인이 존재하는 목표가 전체 사회적인 맥락에서 구해지고 삶의 방식 또한 사회적인 관계 속에서 이뤄지는 부분이라면 그 개인은 사회적인 존재이며 그 개인을 교육하는 목표 또한 사회적인 목표의 일부라고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인과 사회 중에 어느 부분이 좀 더 원천적이고 본질적인가에 대한 물음은 그렇게 쉽게 답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그러나 교육의 목표에 대해서 이러한 양면적인 관점에서 접근해 보는 것은 물론 필요한 일이다.
◆ 교육학의 개인적 목표
교육이 개개 인간에 대하여 무엇을 할 수 있느냐? 다시 말해서 교육학의 개인적인 목표는 무엇인가? 물론 개인적인 목표로서의 교육은 이해 방식에 따라서 여러 부분으로 설명이 된다. 교육에서의 개인적 목표는 사적인 목표와 비슷한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사적 목표로서의 개인적인 목표는 각각 개인들의 욕구 다양성이 존재하므로 그 일반적인 특성이 어떠한 것이라고 설명하기가 어렵다. 따라서 개인적 목표와 관련해서 사적인 목표가 아니라, 제도적 교육이 단일 개체들을 위해서 어떠한 일들을 할 수 있느냐를 두고 생각할 필요가 있다.
첫째, 특히 제도적 교육은 각 개인에 대하여 그들의 삶의 질을 향상하는 것을 위해 봉사한다고 말할 수 있다. 각 개인의 삶의 질은 개인 자체가 유능하고 건강한 인격적 존재로 삶을 살아갈 때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래서 전통적으로 개인에 관련된 교육적 지혜는 여러 가지로 설명되었지만 대체로 조화와 균형을 이루어 발달했고, 내면적으로는 자아의 세계를 자각하고 통합된 인격을 성숙시키는 일을 중요시해 왔다. 고대 그리스인들이 중시한 심신의 균형적인 성장, 동양 사상가들이 언급하던 지행의 합일, 근대적 신교육 운동의 모티브가 된 지덕체의 조화로운 발달 등의 개념은 바로 교육받은 개체들이 이루게 되는 조화와 균형의 모습을 나타내는 개념들이다. 시대적 상황에 따라서는 몸과 마음, 혹은 육체와 정신의 어느 것이 다른 부분보다 더 강조되기도 하였고, 지덕체 중 어느 부분을 더 중요하게 생각할 것인가도 해당 시대의 사상적 상황에 의해 달라졌으나 인간에 대한 전인적 관심을 가진다는 부분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아주 오래전부터 인식되어 온 교육적 지혜이다. 물론 상황에 따른 교육관에 따라서는 조화로운 발달과 균형적인 성장이 별로 중요하게 인식되지 않고 인간의 어느 일부분만이 매우 심하게 강조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어떤 교육관이 아무리 극단적으로 편향된 인간을 만들고자 하더라도 전체 인간 대한 고려가 없인 교육 자체가 가능하지 않다.
둘째, 교육은 관습이나 사회적 규범, 기술과 지식, 신념, 사상 등을 습득하는 것을 포함하지만 다른 인격체의 통제나 지배를 받으며 살아가는 노예 따위가 아닌 자유인을 위한, 적어도 인간적인 가치를 중요시하는 교육에서는 인격체의 내면적인 자각을 그 이상으로 여겨 왔다. 억압된 권위에 의해서 전달된 사상 또는 지식이 아니라 자기 내면적 인식에 의한 확신, 가치의 선택과 판단을 행사하고 자기 삶 속에서 발생하는 모든 문제에 대한 안목을 소유한 행위의 실체로서의 자기에 대한 인식, 외부의 사물을 인식하고 현실적인 삶을 살아가는 주체로서의 자각, 그리고 스스로 성장하고 통제하며 자유롭게 하는 능력 등의 내면적 삶의 능력을 소유하도록 하는 부분과 관련된 교육적 사상과 이론이 전개되어 왔다.
◆ 교육학 그리고 자아 인식
자아에 대한 인식은 현대적 교육학에서 가장 중요한 이론적인 주제이다. 현대 교육사상들의 공통분모가 있다면 그것은 교육의 과정에서 어떠한 권위적인 압력에 의하여 인간을 만들어 내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가 성장하는 과정을 돕고자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성장이 자신에 대한 자기 업적의 형태로 나타나게 하자는 의미다. 바로 이것이 인격의 개념이며, 인격은 교육받는 실존 대상을 가장 포괄적으로 나타내는 것이다. 우리가 교육하고자 하는 개개로서의 대상은 바로 인격체이다. 교육을 받는 대상은 개인의 유의미한 삶을 영위하기 위하여 본인의 가치 체제 또는 가치를 본인 스스로 선택하고 발전시키며, 자기 능력과 취향을 자신의 노력과 선택으로 계발하며, 자신과 사회와의 관계를 자신의 신념과 자각에 의해 정립시키며, 자신의 행위와 삶에 대하여 스스로 책임을 지면서 자신의 욕구와 의지를 실현하게 하는 인격체로 단정된다. 따라서 인격은 한 가지 형태의 인간을 만들어 낸 결과적인 산물이 아니라, 개개마다 제각각의 특징을 계발하고 각각의 존재 유일성을 지니게 하며, 스스로 성장 원리를 추구하게 한 업적이다. 교육은 신념의 체제가 내적으로 통합력을 가지고 외적으로 적응력을 가지면서 성장할 수 있도록 각 개체의 생활을 관리해 주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 교육학의 사회적 목표
개인별 교육의 목표가 다양하듯이 각 사회마다의 교육 목표도 다를 수밖에 없다. 그 사회가 추구하는 이상에 따라서 해당 사회에서 교육을 계획하며 운영하는 목표는 다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우리가 생각하는 교육의 사회적 목표는 사회적인 목표가 아니라 교육이(특히 제도적 교육) 한 사회의 다른 제도적 부분과 전체 사회를 위해 이바지할 수 있는 바에 대한 기대로서의 사회적 목표이다. 제도적 교육이 해당 사회에 대하여 할 수 있는 기능, 달리 말하면 사회가 교육에 대하여 기대할 수 있는 기능이 바로 교육의 사회적 목표를 생각할 수 있게 하는 이유가 된다. 사회에 대하여 교육이 할 수 있는 기능을 모두 포함하여 설명하는 방식 중 하나로서, 우리는 문화의 전승과 통합, 개조를 들 수 있다. 여기서 문화라는 의미는 한 사회의 삶의 양식 전부를 의미하는 것으로서, 인간 사회가 자연 세계를 대상으로 하여 이뤄놓은 모든 것들과 그러한 인간의 업적을 가능케 하는 사고와 행동, 감정의 사회적 양식 전부를 포함하는 것이다.
◆ 교육과 삶의 양식
교육은 정치, 경제 등의 모든 제도적 부문을 포함하여 그 속에서 행해지는 삶의 양식을 때로는 개조하도록, 때로는 보존하도록, 때로는 통합하는 사회적 과정으로 기대되고 이러한 기능적 특징의 여러 측면을 강조하는 정도에 따라서 해당 사회의 교육학 목표가 특수화된다. 이러한 문화의 개조와 보존의 과정이 행해지는 중에 문화적 통합성에 손상을 입는 경우가 생겨난다. 즉 서로 공존하기 어려운 문화적 요소들이 극심한 갈등 상황에 직면하게 되면 문화는 그 통합성을 잃어버리게 된다.
예를 들어 전통문화와 외래문화, 대중문화와 고급문화, 기성세대의 문화와 신세대의 문화, 그리고 때로는 계층과 계층, 종교와 종교, 지역과 지역의 문화들 사이에 생기는 갈등이 그런 것이다. 교육은 다양한 문화적 요소들이 공존하는 원리들을 찾게 해 주고 해당하는 다양한 요소들이 공유하는 통일된 지향점을 성립시켜 줌으로써 문화의 통합을 가능하게 해 준다. 사회는 교육에 의한 문화 통합이 없다면 단지 문화적 갈등 그 자체로 인해 와해할 수가 있다.
문화의 개조, 보존, 통합 중 어느 부분에 좀 더 강조점을 두느냐는 해당 사회의 역사적 과업과 현실적 필요와 이념적 노선에 따라서 결정되는 성질의 것이다. 대체로 전통적으로는 문화적 보존의 기능을 강조했으며, 20세기에 이르러 등장한 여러 교육의 분야들은 문화적 개조의 기능을 강조했고, 문화적 통합의 기능은 현대의 급변성과 사회적 복합성으로 인해서 그 중요성이 새로이 인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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